한 일

20201222

BaconHaru 2021. 4. 21. 10:40

생일은 나이 먹는 날이라고 생각해서 그다지 즐겁지 않다. 그래도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과 대화할 계기가 되는 건 좋은 것 같다.

원래는 독학사를 통한 학위 취득은 내 계획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진행하더라도 제대 이전인 2023년까지 설렁설렁 해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독학사 교재를 직접 읽어서 난이도를 가늠해보니 그렇게 질질 끌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에는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했지만, 어차피 상반기 중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니까 시간적 여유가 완전히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2단계다. 일단 일정 자체가 9급 지방직 필기시험 직전(5월 말)에 잡힐 것 같다. 게다가 아무리 독학사가 쉽다지만, 나는 컴퓨터공학 관련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시간은 반드시 투자해야한다. 그렇다고 독학사 전공 중에서 가장 쉽다고 평가 받는 경영학으로 진로를 틀면 독학사로 학사 학위를 따는 의미가 퇴색되니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내가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인가. 지방직 일반행정직보다는 국가직 교정직을 더 지망하기도 하고, 마음이 기운 이상, 해야한다. 그래서 일단은 하되, 마음은 비우기로 했다. 그렇게 타협했으니 열흘 이상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자신감은 바닥을 긴다. 사실 이미 내 미래는 '공무원 시험을 다 말아먹고, 간신히 독학사를 통해 학사 학위를 따는 것'으로 정해진 건 아닐까. 사실 이 정도로도 마음은 편할 것 같다. 어쨋든 법적으로는 대졸이고, 정보처리든 뭐든 기사 자격증에 응시할 자격이 생겼으니, 취업 전선에 뛰어들 최소한의 준비는 된 셈이다.

물론 내 욕망을 다 만족시키려면 지방직이든 국가직 교정직이든 공무원 시험에 붙는 게 가장 좋다. 이럴 경우 2022년 3월 이전에 입대할 계획이다. 공무원의 병역휴직에 대해 알아보니, 입영일자가 잡혀있으면 시보 기간에도 얼마든지 휴직이 가능하다고 한다. 휴직 기간은 당연히 입대일부터 전역일까지이고, 전역 이후 30일 이내에 복직 신청을 하지 않으면 직권면직으로 처리된다.

2021년 국가직 최종합격자 발표일은 8월 26일, 지방직 최종합격자 발표일은 9월 말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충분히 공무원 시험 응시 사유로 입영연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이가 아주 많지 않은 이상(주로 27~28세 이상), 입영연기 사유가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1~2개월 내로 입영일자가 잡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보인다. 따라서 국가직을 최종합격했다고 치면, 2021년 11월에서 2022년 2월 사이에 입영일자가 잡힐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솔직히 이런저런 사례에 비추어보면, 2021년 안에 입영일자가 잡힐 확률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지만 보수적으로 해석했다.)

국가직 기준으로 최종합격자는 원칙적으로 11월에 임용된다고 하였으니, 설령 2021년 11월에서 12월 사이에 입영일자가 잡히더라도, 준학예사나 경비지도사 자격증 응시 사유의 입영연기를 하면 그만이다. 이 둘 모두 필기합격자 발표일이 12월 22일(내 생일이라 기억하기 쉽다)이라서 충분하다.

참고로 임용유예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이유는 군 복무 기간을 승진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대 이전에 집안 상황이 많이 나빠지면, 제대 후에 바로 복직하여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교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의 자리를 이어받게 되어 평생 교도관으로 일해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당장 일정이 복잡해져서 골치아프더라도 미래를 위해 감당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내가 세운 계획이지만 참 숨막힌다. 젊음을 허비한 대가는 정말 큰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나쁜 상황만을 전제하며 살 수는 없다. 제대 이전에 아빠가 노후 수단을 확보한 경우에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뭘 해야할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일본 유학?... 2023년 말에 제대해서 2024년에 입학한다고 해도 28살 신입생이다. 한국에서도 휴학없이 졸업하는 건 꽤 힘들고 유학생이라면 더 그럴 것인데, 설령 휴학없이 버텼다 해도 나는 31살에야 4학년이 된다. 취업에 대한, 앞으로의 삶에 대한 비전이 없어진다. 빌어먹을 공백기 때문에 결국 다시 한국에서 공무원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돈이 없다. 토플만 해도 응시료가 20만원에 육박하고 EJU나 면접을 위한 일본행 비용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아껴도 준비에만 200은 들 것 같다. 국립대를 가고 JASSO 장학금을 받아도, 그놈의 자취 때문에 1년에 2천만원은 들겠지. 일본은 지방 소재의 국립대도 많으니, 월세 지출이 준다 해도 연 1500만원 아래로 내리긴 힘들다. 게다가 이건 등록금,월세,식비,통신비만 따진거고 교통비와 여윳돈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예산이다.

애초에 JASSO 장학금도 보통은 1년밖에 못 받는다. 각 대학에 배정된 인원만큼 성적(평점)순으로 1년씩 연장시켜준다고는 한다. 거기에 민간 장학금이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못 받게 되면 돈 없어서 자퇴해야하는 피눈물 나는 상황에 처할 것이고, 그간 쓴 막대한 돈은 전부 매몰비용이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이 모든 자금을 마련했다고 쳐도,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너무너무 많다. 수도권 전세 보증금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려나?

그럼 독학사 학위를 활용해서 한국 대학에 학사편입을 할까?... 물론 편입 준비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일본 유학에 비할 바는 아니고, 무엇보다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집은 높은 확률로 3분위일텐데, 3분위는 1년에 500만원 넘는 금액을 지원받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교내 장학금은 국가장학금과 중복 수령이 가능하기 때문에, 100%라고 할 순 없겠지만 등록금으로 나가는 돈은 상당히 적을거라 기대한다. 자취는 처음부터 욕심이 없었으니 내가 다닐 대학 근처로 온가족이 이사를 가면 더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바라는 미래이다. 출발이 너무 늦어버린 내가 돈을 많이 쓰지 않고 대학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다만 편입생은 교환학생을 가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 몹시 아쉽다.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대학도 있고, 가능하긴 하지만 졸업이수학점 때문에 계절학기 혹은 5학년을 감당해야하는 대학도 있어서 현재로서는 못 간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듯하다. 굳이 원한다면 3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 워홀을 가는 게 유일한 방법 같다. 거기에 아직 잘은 모르지만, 편입생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는 이야기도 조금은 신경 쓰인다.

대학생활을 버리고 컴퓨터공학 학사와 기사 자격증을 들고 바로 일본으로 취업하러 가는 것도 생각은 해봤는데, 이건 군 복무중에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서 변수가 너무 많다. 확실한 건 나이와 공백기라는 디메리트를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정도뿐이다.

이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처음으로 돌아가자. 계획 세우는 일따위는 누구나 한다. 언제나 실천이 문제고, 최후의 순간에는 운이 문제다. 앞으로 새옹지마, 진인사대천명을 좌우명으로 삼자. 그게 어떤 형태로든 나잇값을 하는 유일한 길이다.

영어는 어휘력만 키워도 될 것 같으니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의 90% 이상은 단어 암기에 쓰자. 국어도 외울 분야가 다양할 뿐, 영어와 비슷한 처지이다. 한국사는 분량이 엄청나서 가장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재미있으니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자. 사회와 수학은 감을 잃지 않아야 하므로 매일 적은 분량이라도 꾸준히 해야겠다. 수능이 끝난지 얼마 안 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듯하다.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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